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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지라도 사랑하라, 머지않아 권력무상이요, 인생무상이다
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해 역사, 그리고 3월 9일 대선
2022년 02월 20일 [K문화타임즈]


↑↑ 선암교의 여명/ 사진= 블로그 아름다운 산하, 들꽃 캡처



[새벽칼럼= 김경홍 K문화타임즈 발행인] 창문 틈으로 쏟아져 들어온 새벽노을이 손을 내밀었다. 펜을 놓은 그가 벽에 걸린 달력을 잠시 바라다보았다. 2009년 5월 23일, 운동화 끈을 조여 맨 고독함이  세상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책상 위에 놓인 메모지 한 장이 조용히 그를 배웅했다.

“너무 슬퍼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세상을 하직했다. 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세상의 삶도 없는 것이었다. 권력무상이요, 인생무상이다.

2009년 8월 10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았다.
당시 그는 이희호 여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 현직에 계실 때 전직 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 외국 방문한 뒤 꼭 청와대에 전직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성대하게 준비해 주셨다. 잘 얻어먹고 나면 또 선물도 섭섭지 않게 해주셨다"

한때는 민주화 동지였으나 철천지 원수지간으로 등을 돌렸던 두 전직 대통령,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생의 마지막 길에 들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화해를 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민 회해의 사랑을 품어안고 8일 후인 2009년 8월 18일 세상을 하직했다.

그해 8월 2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신이 국회 공식 빈소에 안치된 후 침통한 표정으로 식장을 찾았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2년 8월 22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났다.

박 후보는 이날 “김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 전 대통령을 뵀던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제가 아버지 시절에 많이 피해 보시고 고생하신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 화답해 주셨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 건립도 김 전 대통령이 결정해 주셨다. 감사를 드렸던 생각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날 이휘호 여사는 “"예전에 육 여사를 만나 뵌 기억이 난다"며 "국회의원 부인들을 다 청와대로 초대해 점심을 주셨다. 정말 친절하게 해줘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여성 대통령이 없었다. 그런데 만일 여성으로서 당선된다면, 여성의 지위가 법적으로는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써달라"며 "공약한 모든 것을 잘 수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찾아 사과를 했고, 훗날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그 말이 참 고마웠다. 박정희 대통령이 환생해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의 큰 획을 그은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때로는 직접 만나, 때로는 딸과 부인을 통해 화해의 역사를 써 내렸다. 굴곡진 한국 현대 정치사에 써 내린 화해와 사랑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3월 9일 대선일을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서로를 향한 공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파열음을 일으키면서 정책 공약은 앉은 자리를 잃고 있고, 국민들은 이쪽과 저쪽으로 패가 나뉘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문득 노무현 대통령의 남긴 싯귀 같은 유서와 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화해 역사가 영롱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워할지라도 사랑하라, 머지않아 권력무상이요, 인생무상이다. 어치피 머지않은 그날 자연인으로 서로 만나 화해하고, 함께 황혼길을 밟을 삶의 인연이 아니던가.
그러므르 권력 쟁취를 위해 서로 헐뜯을 일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을 위해 경쟁할 일이다.

김미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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