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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행복하기만 한 삶은 또 어디 있으랴
2024년 02월 11일 [K문화타임즈]

↑↑ 서귀포에서 바라 본 한라산.
[제주= 김경희 기자]

[K문화타임즈 = 발행인 김경홍] 먼 길 가다 보면 만나고 싶지 않거나 피하고 싶은 이들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며, 행복하기만 한 삶은 또 어디 있겠는가.

4.10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섰다. 경선과 본선으로 이어지는 선거 일정,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게 될 길 위에는 봄기운이 만연하다. ‘울어대는 이들을 어찌하려고 이 좋은 봄날을 선거일로 잡았느냐’는 원망의 소리가 머지않아 들려올 것만 같다.

이 땅에 낳자마자 우리는 부모로부터 ‘남에게 절대 지지 말라’는 훈계를 받는다. ‘어느 장소에서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일본의 부모와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라’고 가르치는 미국의 부모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이러니, 이기고 지는 것을 삶의 전부처럼 여기는 우리나라는 총선 특히 대선을 치르고 나면 후유증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미국과 일본이 부러운 이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회에 걸친 국회의원 낙선과 3회에 걸친 대선 낙선을 거치면서 낙선전문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했고, 대선 본선에서도 낙선한 이력을 지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에서 연거푸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구미와 인연을 둔 거목들도 낙선의 강을 피할 수 없었다.
허주 김윤환은 9대 중대선거구제 선거에서 군위의 신현학, 성주의 김창환 후보에게 패한 후 제10대 유정회 1기로 당선된 후 11대 전국구에 이어 13, 14, 15대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5선 의원이 됐다. 박재홍 의원은 또 11대부터 13대까지 내리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지만 14대 선거에서 박세직 전 의원에게 패했다.

김태환 전 의원은 2000년대 초반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형 허주가 자신에게 남긴 당부를 이렇게 소개했다.
“ 국회의원 출마 승낙을 받기 위해 형님을 찾아뵈었지. 그때 형은 이렇게 당부하더군.”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려거든 선거에 나서지 말고 지역사회와 나라를 위해 정치를 하려거든 선거에 나서거라.”

우리나라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들은 우리의 부모가 ‘남에게 절대지지 말라’고 가르친 과도한 승부욕의 문화를, ‘양보와 배려의 가치관’으로 극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탈무드에는 맹인의 등불 이야기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밤길을 걷는 맹인이 등불을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 마주 오던 사람이 물었다.
“앞을 볼 수 없는데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맹인이 답했다.
“당신이 제게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지요. 이 등불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일화에도 배려의 삶이 상대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보여준다.
아름답고 커다란 등을 준비한 그는 집 앞에 선반을 만들고 그 위에 등을 올려놓았다. 등불을 집안에 두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온 주민들은 그러나, 밤길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을 보면서 프랭클린의 의도를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이 집 앞 선반에 등불을 울려놓는 것을 계기로 프랭클린의 고향 필라델피아는 길거리를 가로등으로 환하게 밝힌 미국의 첫 번째 도시가 됐다.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며, 행복하기만 한 삶은 또 어디 있으랴.


선거에서 승리한 그도 언젠가는 불행하게 되고, 선거에서 패한 나도 언젠가는 행복하게 된다. 그러므로 패하거나 이겼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절망할 일이 아니다. 선거에 뛰어든 이유가 ‘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나라를 위한 일에 두고 있다면...’

K-문화타임즈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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