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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네 인생이 불쌍하다’... 그를 불행하게 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2024년 01월 29일 [K문화타임즈]

[새벽 편지= 발행인 김경홍] 함박눈이 내렸다. 굵은 기침을 토해내는 새벽길, 노인이 건물 외벽에 등을 기댄 중년 사내를 흔들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보름 넘게 그는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밀린 월세를 닦달하는 원룸은 출입을 막아섰다. 어쩌면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작은 공간을 빠져나왔을지도 모른다.

건물 외벽을 빠져나온 사내는 국밥집에서 노인과 마주 앉았다.
“몸부터 추스르게나.” 수저를 받아 든 손이 심하게 떨렸다.
그를 망가뜨린 건 술이었다. 사내는 눈을 감았다.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 섬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섬은 그리움을 길렀다. 새털구름이 걸린 아득한 수평선은 그리움의 고향이었다. 소년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신비의 세계에서 법복을 입어보는 게 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교 2년을 맞던 그해 3월의 일이다. 소년은 장래 희망이 적힌 신상명세서를 들고 담임 선생과 면담을 했다.
“야, 임마, 너 아버지는 사상범이야. 연좌제 때문에 공직일랑 꿈도 꾸지 마.”
담임은 장래 희망란에 판사라고 적어낸 소년을 타박했다.
그날, 학교를 뛰쳐나와 유채밭으로 달려간 소년은 꽃 무덤 속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만일, 그 때 담임 선생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네가 어른이 되면 연좌제는 없어질 것이야. 개의치말고 열심히 공부해”
국밥집을 나온 사내는 눈물을 훔쳤다. 마치 굽이쳐 온 세월을 지워내듯 ...

최근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가 아동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2년 4월 A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갖고 오지 않은 제자인 B(14세)양을 심하게 나무랐다.
“학생이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는 것이 말이 되나?”
그러자 B양은 ‘온라인 주간이라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대꾸했다.
교사가 핏대를 세웠다.
“너는 왜 그렇게 사냐?, 네 인생이 불쌍하다.”

십여 년 전, 한창현 신부는 긴 손가락을 부끄러워하는 초등학생에게 말했다.
"손가락이 긴 손의 구조를 보니 외과의사 하면 잘 하겠어"
몇 해 전, 미국에서 강의를 끝낸 신부에게 한 아가씨가 다가왔다.
"그때 신부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은 용기를 줬어요. 열심히 공부했고, 그리고 의사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는 훗날 행복을 만들고, 부정적인 말은 불행을 만든다.
스승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새벽길을 해쳤을 제자에게 쏘아붙인 스승의 말 한마디가 밉다.
”네 인생이 불쌍하다.“
그 누구에게도 젊은 그들을 불행하게 할 권한은 주어져 있지 않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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