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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책과 삶. 4.
게으름과 나태함을 찬양(?)
뇌의 배신 (앤드류 스마트 저, 윤태경 역, 미디어 윌, 2014)
2023년 05월 14일 [K문화타임즈]



[김영민/K문화타임즈 상임고문. 전 구미 대구 YMCA 사무총장] 
벌써 대낮이면 한여름의 열기로 책 속으로 몸을 숨기게 만듭니다. 게을러지고, 하품과, 흐느적임이 일상입니다. 이런 나태함이 잘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그러면서 ‘매일 움직이고 인지하며, 사고하는 신체적 정신적인 움직임은 왜,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를 멍한 눈으로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사회단체에서, 준공무원 단위의 직장에서 내내 다루어 왔던 문제입니다. 행동은 습관, 무의식, 대조라는 자극에 따라 일어나고 그 자극을 만들어 내는 요소를 숱하게 많은 이론과 학자들의 연구는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26dc000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79pixel, 세로 400pixel

제목과 대표 학자들만을 연결해도 지루할 정도로 많습니다. 정신분석, 무의식적 결정론의 프로이트(리비도), 안나 프로이트(방어기재), 에릭슨(성격 발달단계), 아들러(경험의 주관적 의식), 융(무의식-MBTI)의 정신역동이론에서부터 시작해서, 조작 혹은 학습에 초점을 둔 파블로프(조건화), 스키너(행동의 경험적 분석-강화와 처벌), 반두라(사회학습이론-모방, 인지)와 유기체가 환경에 생물학적으로 적응하는 모습, 과정을 밝히려 한 인지이론, 실존주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도덕적 관점에서 출발한 피아제, 콜버그의 행동주의이론 나아가 인간이 세계에 대한 지각으로 행동이 결정한다는 로저스, 매슬로우의 인간 특질은 창조성, 욕구론 등의 인본주의 이론 등 대충 이름만 나열해도 한 서고를 넘기는 분량의 이론이, 학설이 난무합니다.

모두가 사람이 행동하는 이유와 그 행동이 보여주어야 할 방식에 관한 내용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치열한 학문적인 연구와 노력의 결실에 찬물을 끼얹는 황당무계가 정신을 뻔적 들게 만듭니다. 즉 자극에 의한 인간의 행동이 인간 발달과 사회를 구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아무런 조작적인 행동이 없이 나른한 상태, 게으른 상태, 멍하니 앉아있는 상태가 오히려 이 세상을 바꾸는 위대함의 창고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늦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천장에 붙어있는 파리를 보고 X축, Y축을 발견한 것, 아이작 뉴턴 경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은 바람 소리를 듣기 위해 정원에서 넋 놓고 사과나무를 쳐다보다 발견한 것이며 릴케의 ‘두이노 비가’는 거센 바람소리가 들리는 성곽을 걷다가 쓴 것, 다시 말해서 과학적 진보, 예술가의 위대함은 고된 노동의 결과가 아니고 갑자기 번뜩이는 통찰 즉 ‘아하 모멘트’의 결과라고요 그는 이런 사실이 가장 발달한 뇌 과학을 통해서 증명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2001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신경학자 마커스 라이클이 발견한 휴지상태 네트워크(Resting-state Network) 혹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는 신경망(두뇌 부위)은 대부분 사람이 아무 일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한다는 것을 MRI를 통해 얻었습니다.


이 DMN을 구성하는 두뇌 부위는 내측 전전두엽 피질, 전방대상피질, 쐐기앞소엽, 해마 측면 두정엽 피질이라는 두뇌 부위가 두뇌의 허브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이는 일정표 작성과 같은 업무에 몰두하고 있을 때, 즉 무자극 사고에 빠져있을 때 두뇌가 더 조밀하게 조작된다는 사실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이는 버트런드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베로니코 비엔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톰 호치킨슨의 ‘언제나 일요일처럼: 떳떳하게 게으름을 즐기는 법’이라는 책들을 베스트 셀러로 만든 근거를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2012년 심리학자 메리 헬런 이모르디노-양(Mary Helen Immordino-Yang)이 쓴 논문 ‘휴식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인간개발과 교육에 대한 두뇌 디폴트모드의 시사점’에서 보는 것처럼 ‘어른이나 어린이 가릴 것 없이 몽상과 같은 한가로운 상태는 사회적 기술 개발의 필수’라고요, 무한히 바쁘게 지내는 오늘 우리의 삶 전체에 대한 방향 전환의 표시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채 멍하니 게으름을 피우는 것, 이는 결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덕이 아니라 바쁘다는 말 이외에 다른 인사가 없는 현대인에게는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생활을 만드는 참 미덕임을 기업가, 정치가, 교사, 그리고 부모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읽은 지가 몇해 지났지만 다시 손에 잡은, 그래서 모두에게 이 여름 나무 아래서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2023.512)

K-문화타임즈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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