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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70세 이후의 삶에 대한 제안
김영민 [문화타임즈 고문/ 전 구미‧대구 YMCA 사무총장]
2023년 03월 09일 [K문화타임즈]

↑↑ 김영민 [문화타임즈 고문/ 전 구미‧대구 YMCA 사무총장]


매월 일정한 월급을 받던 곳을 떠난 지 꼭 3개월이 되었다. 20대 후반 YMCA에서, 복지재단에서, 대학에서, 시(市)의 산하기관에서 40년하고도 5년이 지난 시간은 그동안의 습관, 생각의 방식, 심지어 행동까지 ‘만들여 져 온’(짜여진 틀에 갇혀 있던) 모습이었다. 그 후 내 마음을 채운 말은 한마디로 ‘막연하다’라는 것이었다. 메여있다 풀려난 새의 자유로움을 느꼈으나 실상 열흘이 지나기 이전 매일의 삶에 대한 모습에 과연 ‘무엇’이 오늘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정년 퇴임한 친구들보다 5년 정도 더 일하였지만, 지금은 그 나름의 생을 즐기고 있는 그들이 부러워지고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하는 것이 이후의 삶에 대한 나의 모습일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에서 ‘성공’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요소가 있었는지, 있다면 무엇이고, 없었다면 그동안 살아온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런 가운데 ‘빠르게 실패하기’(존 크롬볼츠·라이언 바비노 공저, 도연 역, 스노우폭스북스, 2022.12)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청년들에게, 특히 ‘성공을 위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참고 인내해 온 사람이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말하려는 책이다. 그런데 ‘청년도 아니’고, ‘참고 인내해 온 사람이라고 자신이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을 통해서 지난 삶을 반추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따라온 의문이었다.

 
‘바로 지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인가?’라는 장에서는 내 삶은 과연 매일 즐거움을 느꼈던 것이었던가를 되씹어 보았다. 아픈 청소년들, 집을 나와서 떠돌아다니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학교 폭력에, 혹은 가정에서 갈 곳을 잃은 그들의 친구가 되어 같이 울고 웃었던 일들, 보육원을 나온 청소년을 위해 빈자 은행을 만들기 위해 안면을 이용하여 구걸(?)하면서 모아 전달했던 일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돈도, 지식도, 권력도 없는 사람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외치는 소리에 같이 팔을 흔들며 외치던 일들, 얼마나 좋았으면 뜬눈으로 밤을 지역에서 우리나라, 세계를, 내일을 지세던 일들을 생각하면 훈훈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에서 평생을 보냈다. 청소년 시민단체, 복지단체, 대학에서 너무 좋아 성급하게(?), 온 힘을 다해 달려들고 같이하면서 가슴설레었던 기억이 새롭다. 음주운전을 기분이 좋게 줄이는 법이라면서 한겨울 대로변에서 단속하는 경찰과 같이 손을 비비던 일, 쓰레기 소각장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려다 평생 들을 욕, 꾸중을 들으면서도 음식쓰레기를 구분한 일(전국 최초? 이것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의 연원이 되었다고 혼자 긍지를 느낀다)


이제 처음 스스로에게 물은 이야기를 답한다. 지금 당장 ‘즐거움을 느끼는 일에 주저함이 없이 뛰어들고’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더 이상 낭비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탁구 도장에 등록하고(그러니까 50년이 넘어 라켓을 쥐어본다만), 요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노인 요양보호사 시험을 준비(노인요양시설에서 이사장을 2년 동안 역임했지만)하고 곧 국가고시를 치르려 한다. 또 손해평가사 공부를 위해 인터넷으로 상법을, 농작물 재배법을 공부한다. 웃기는 일이란다. 취업을 위한 일도 아닌데 왜 머리를 쓰느냐고 비아냥하고, 자신의 나이를 모른다고, 철없음을 책하지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어서인지 하루의 해가 짧다. 아마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이 내 삶을 조명하지 못했음과 그런데도 70 이후의 삶에 대해 방식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젊은이, 늙은이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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