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이 넘은 나이에도 당신 그늘에서 세상이 잘 보입니다
당신이 내준 그늘에 들어서면 세상을 향해 날 세웠던 가시도 숨을 죽입니다
그 그늘 야금야금 파먹으며 편하게 살면서 왜 그늘이 작냐고 투정만 부렸습니다
당신 얼굴 뙤약볕에 타들어 가도록 그늘을 만드는 건 당신의 몫이라 여겼습니다
웅크린 등, 뿌리 드러나고 이젠 엉성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빠진 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말인가요
타박타박 사막을 걸어온 낙타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솟구친 광대뼈 꺼먼 가죽만 남은 아버지, 너무 마르셨어요 여든다섯 해 햇볕 쬐었으니 마를 만도 하겠지요
갈 길 재촉하는 가을, 바람이 등을 밀어내는 씁쓸한 오후 누가 당신에게 그늘을 내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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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희 시인 [사진 출처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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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 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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