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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더라
2023년 11월 26일 [K문화타임즈]

[새벽 편지]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더라
                                                                                    [발행인/ 시인·소설가 김경홍]
1

사랑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더라

 

살다보니 그렇더라
사랑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더라
사랑은
장롱 속에 들여놓을 게 아니더라
꺼내놓고 물 쓰듯 써야 하는 게 사랑이더라

물 젖은 아내의 손을 꼬옥 잡아주고
퇴근한 남편의 등을 다소곳이 다독여 주는 게
사랑이더라
살면 얼마를 더 살고
누리면 얼마를 더 누리겠나
사랑은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더라

마시고 싶은 술을 덜 마시고
보고 싶은 텔레비전을 덜 보면서
밥상이나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
혹은 둘이 턱을 괴고 앉아
따스하게 귀 기울여 주는 게 사랑이더라
 


살다보니 그렇더라
잘 살지는 못했지만 살아보니
사랑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더라
많은 돈은 없지만 있는 만큼 나눠 갖고
불편할지언정 오순도순 자리를 펴고 앉아
지내는 게 사랑이더라
 

외로워 마라
성내지도 마라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더라
그러므로 가난하다고 푸념마라
사랑은 아주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과 같은 것이더라

2

산다는 게 아주 거창한 것인 줄 알았네
마주 앉아 사랑을 속삭이기보다
진실과 정의를 노래하고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사랑을 얘기하기보다
존재와 실존을 논하게 게
삶인 줄 알았네
 

아픈 이웃을 다독이기보다
가로수 울창한 숲을 가며 고독을 씹고
식기통에 쌓인 그릇을 씻기보다
먼 산을 품어안아 원대한 꿈을 꾸는 게
삶인 줄 알았네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삶은
저 멀리 놓여있는 거대한 풍경이 아니더라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를
손바닥이 닳도록 다독여 주고
먼저 일어나 식기통의 그릇을 씻어주는 게
잘사는 것이더라

마룻바닥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고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를 거둬들이는 게
아주 소중한 삶이더라
 

내가 나의 일에 갇혀 스스로 감동하기보다
남이 나로 하여금 감동하게 하는 게
삶이더라
내 세계에 갇혀 눈물을 흘리기보다
내 가슴이 흐르고 흘러
그대를 적시는 게 삶이더라
 

거창하게 사랑을 논하기보다
힘들고 지친 그대에게 곱게 다가앉아
속삭여 주는 게 삶이더라
산다는 것은
멀리 있는 아주 높이 있는
철학이 아니더라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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