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물자 물가로 나오는 다슬기처럼 강은 입만 뻐끔거린다
주삿바늘 꽂을라치면 숨어버리는 혈관 피멍으로 꽃 핀 강, 한때 남매의 젖줄이었지 패가 잘 맞지 않는 아버지 화투짝처럼 강줄기는 얽히고 꼬였다
한 가닥 늘어뜨려진 링거 줄 몸속의 피, 거꾸로 수혈되는 줄 모르시고 수액이 더디 떨어진다고 안달하시다 물꼬를 트지 못해 갈라진 논바닥처럼 혈관 굳어가는 당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강물 넘기시는 목줄기 식도 타고 꾸르륵꾸르륵 베개를 한 바가지 물인 양 받쳐 들고 달게 들이키신다, 원효의 해골 물맛이었을까 물살은 걸림돌을 자세히도 기록한다
상류의 돌멩이는 거칠다지 않던가 저물어가는 투박한 손 이제 갓 태어난 핏덩이처럼 기자귀 채워진 채 강물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시는 아버지 어느새 몸피를 이리 쌓아 두셨을까 당신 누웠던 자리 빈 껍질의 다슬기 수두룩하다
흐르는가 싶더니 멎는 강물 우주가 멈칫한다 순간 봇물 터지듯 급물살 흘러 불거지는 내 눈물샘 혈관,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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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희 시인 |
◆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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