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이복희 시인의 시집 ᐧ오래된 거미집/연재 4- 강
2023년 10월 13일 [K문화타임즈]


해 저물자 물가로 나오는 다슬기처럼
강은 입만 뻐끔거린다

주삿바늘 꽂을라치면 숨어버리는 혈관
피멍으로 꽃 핀 강, 한때 남매의 젖줄이었지
패가 잘 맞지 않는 아버지 화투짝처럼
강줄기는 얽히고 꼬였다

한 가닥 늘어뜨려진 링거 줄
몸속의 피, 거꾸로 수혈되는 줄 모르시고
수액이 더디 떨어진다고 안달하시다
물꼬를 트지 못해 갈라진 논바닥처럼
혈관 굳어가는 당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강물 넘기시는 목줄기
식도 타고 꾸르륵꾸르륵
베개를 한 바가지 물인 양 받쳐 들고
달게 들이키신다, 원효의 해골 물맛이었을까
물살은 걸림돌을 자세히도 기록한다

상류의 돌멩이는 거칠다지 않던가
저물어가는 투박한 손
이제 갓 태어난 핏덩이처럼 기자귀 채워진 채
강물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시는 아버지
어느새 몸피를 이리 쌓아 두셨을까
당신 누웠던 자리 빈 껍질의 다슬기 수두룩하다

흐르는가 싶더니 멎는 강물
우주가 멈칫한다
순간 봇물 터지듯 급물살 흘러
불거지는 내 눈물샘 혈관, 팽팽하다

 
↑↑ 이복희 시인

◆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
- Copyrights ⓒK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문화타임즈 기사목록  |  기사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