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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희 시인의 시집 ᐧ오래된 거미집/연재 3- 오일 간의 거래
2023년 10월 13일 [K문화타임즈]


  선산 장날, 얼룩 줄무늬 티셔츠를 샀다 오천 원 주고 산 티셔츠, 잠옷으로도 어울린다며 싫다는 그에게 억지로 입혔다

아프리카 초원의 근육 좋은 얼룩말을 떠 올리게 하는데, 바람을 가르는 갈기는 없었다

 눈 한 번 감았다 뜨자, 쭉 뻗어 다리로 땅을 박차며 푸른 들판을 내달리는 야생이 서서히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불룩한 배에 처진 가슴, 탄력 없는 둥글넓적다리의 남자, 스스로 길들여져 저녁 내내 히이잉 히이잉거렸다

  맘에 들지 않는다며 티셔츠 벗어 던지고 돌아서는 그 남자, 목덜미에 붙은 가격표가 오천 원짜리였음을 알까 나는 발길질 거센 얼룩말에 발아래 핀, 한 떨기 꽃이기를 원했을지도 모를 일 씨앗 폴폴 날아가 버린 빈 대궁, 한껏 까치발로 몸 추켜올려 본다

  무뎌진 감각은 왜, 관절마다 살아나는지 덧신을 신어도 시린 발, 영문도 모르는 바람이 무릎을 파고든다 나도 같은 가격대였다

이왕이면 다음 장날에는 호피 무늬로 갈아타 볼까

 
↑↑ 이복희 시인


◆ 이복희 시인
경북 김천 출신으로 구미에 터를 잡았다.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 2022년 계간‘시에’시가 당선되면서 한국 문단에 명함 (수필가·시인)을 내밀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이다.
릴리시즘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을 얻고 있는 시인의 작품‘ 오래된 거미집’을 연재한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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