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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추석이 내일모레... 아버지의 편지를 다시 읽다
2023년 09월 27일 [K문화타임즈]


↑↑ 겨울산
[사진 출처 = 블로그 박쟁이 백두]
1
딸이 둥지를 떠났다
열아홉 여린 딸이
스스로 둥지를 틀겠다며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함박눈이 가득 내리던 날
가냘픈 전화가 걸려왔다

딸을 만나러 가는 상행선 창가 넘어
흩어진 발자국들
하필이면 이 겨울에
집을 나선 것일까

내게도 열아홉이 있었다
밤늦은 산간을 넘나들어
둘창문을 두들기던 어머니
따라온 어린 동생은
손때 묻은 대추알 몇 개를 쥐여주며
멀뚱멀뚱  방을 나갔다
가고 없는 유년이
겨울 산 능선 멀리 아련한 장년

김치 몇 조각과 식은 밥
딸은 서울 한 켠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외풍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는 창틈에는
작은 꿈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내게도 열아홉이 있었다
그 겨울
가고 없는 내 어머니도
내 꿈을 품어안고 눈길을 되밟았을까

하행선이 새벽과 만나고 있었다
햇살이 기지개를 켜는 창가 회양목 가지에
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자국들
그것들이 멀어지며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었다

↑↑ 겨울산
[사진 출처 = 블로그 박쟁이 백두]

2
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던
눈먼 어머니
객지로 나가는 아들이
마냥 안쓰럽던 어머니가
호롱불 밑에서 터진 양말을 깁던 그때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깨어보니 스쳐 지나는
멀리 겨울 산에 불빛 한 점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릴 수 없는 것이
장년인가

서울, 객지에 두고 온 여린 내 딸이
가슴에 안기다

►김경홍 /시인•소설가,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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