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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추석, 고향 가는 길... 유산
2023년 09월 26일 [K문화타임즈]


↑↑ 아버지의 뒷모습.
[사진 출처 =Daum카페]

[발행인 = 김경홍] 동구 밖 아름드리 느티나무, 때로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흘러들어 휘청이게 했던 그 존재, 그것도 세상 안에서 늙어간다.

동구 밖 그것 앞에 선 고개가 무겁다. 남아있는 것보다 가고 없는 것들이 많아진 연령. 빈곤한 살림을 앞에 두고 아비를 미워한 적이 없지 않았다.
후손을 두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먼동의 새벽, 기차가 허약한 시골 청년을 실었다. 어색했던 탓일까. 아주 작은 살림을 보따리에 챙긴 소녀는 먼 산 너머 부끄러움을 피하곤 했다.
그날, 새벽이 햇살을 들어 올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댕기 머리를 따라 간 궁금증은 인연이 됐다. 그리곤 아주 간단한 살림을 도시 뒷골목, 어색한 객지에 풀었다. 그게 공동의 삶이 시작이었다.

낡은 신문지로 말아낸 지폐를 건넨 아비는 무뚝뚝했다. 청년을 객지로 밀어내던 때, 낡아버린 가슴을 토해내던 어미의 그날. 청년에게 헛기침은 야비한 악몽이곤 했다.

어느 덧 가고 없는 존재들이 많아진 연령, 아비가 건네준 지폐는 봄날의 잔설처럼 사라져갔다. 그것들이 작아지며 생겨난 불안, 때로는 생의 벼랑 끝으로 밀어내던 빈곤. 세상을 버리고픈 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 위태로움을 이겨내게 한 힘은 아비의 헛기침이었다. 풍파의 세월을 헤쳐 걷던 아비인들 가슴 한켠을 야비하게 눌러대던 무게들을 토해내고 싶지 않았을까.
아마 헛기침은 세상을 묵묵히 걸어가게 한 아비의 지표였을 것이다.

돌아보면 아주 명료하게, 삶의 벼랑 끝에서 세상 안으로 끌어주는 힘, 휘청이는 걸음을 바로잡아 준 힘의 발원지는 아비의 헛기침이었다. 살아갈수록 위대한 가르침의 훈계였다.

추석, 고향 가는 길, 낡은 신문지로 말아낸 유형의 유산은 봄날의 잔설처럼 떠나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오래오래 곁에 살아남아 명료해지는 헛기침, 소중한 무형의 유산.
고향가는 가을 길, 숙연해지는 까닭이다.



김미자 기자 cloverail@hanmail.net 기자  114d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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