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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칼럼/ 이재명이 범죄자인가, 우리 형제를 울렸던 누나 이야기
2021년 10월 16일 [K문화타임즈]

↑↑ 석양이 아름다운 마을/ 사진 =블로그 삼동 찾아 떠난 여행 캡처



[k문화타임즈= 발행인 김경홍] 50, 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 거쳐 간 70년대는 생존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하루 세끼는 켜녕 한 끼조차 해결할 수 없던 시절을 살아온 지금의 50대, 60대들에게 그 세월은 눈물일 것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입니다. 아버지가 제주 4•3 사건의 마지막 빨치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달고 살아가야 했던 유년은 허기와 아픔으로 점철된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그 당시 필자에겐 누나와 2명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중학교 진학을 앞둔 그해 겨울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중학교 학생이 되려면 머리를 짧게 짤라야 했습니다. 무던히도 춥던 겨울 그날 아침, 큰 누나에게 이발비를 쥐어준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오름(산)을 넘으셨습니다. 하룻밤을 지난 후 오실 모양이셨습니다.

그날 오후 집으로 들어서는 중학생인 누나의 손에는 빵과 과자봉지가 들려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쥐어주고간 이발비로 그것들을 사 들고 온 것입니다.
그날 저녁 필자는 누나의 가위질과 면도질로 스님과도 같은 삭발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발비로 동생들에게 빵과 과자를 사 들고 와야만 했던 누나의 가슴 아픈 추억입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우리들을 꿇어 앉혔습니다. 밤 늦게까지 ‘이발비를 어디에 썼느냐“는 추궁이 이어졌고, 회초리는 누나의 발등을 벌겋게 물들였습니다.
누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았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던 누나의 거짓 해명으로 우리들은 무사하게 그날 밤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사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대장동 의혹으로 이재명 지사가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의혹이 그를 맹폭하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어두운 표정, 저 너머 40년 전 누나의 눈물이 아련히 흘러들어 가슴을 끝없이 적십니다.
배고파 우는 동생들에게 빵과 과자를 사주셨던 누나, 이발비를 착복(?)한 것은 우리 동생들이었습니다.

서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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